정신질환의 분류
OO씨는 월경전 불쾌감장애, 특정공포증, 그리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A군으로, 공황장애와 지속성우울장애, 범불안장애를 B군으로 분류하였다. 분류 기준은 ‘증상의 발현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A군에 속한 질환들의 경우, 발현 환경이나 시기 및 요인을 뚜렷하게 특정할 수 있다. 예컨대 월경전 불쾌감장애는 불안정한 기분이나 불안 등의 증상이 월경 주기 전에 발현된 후 월경 주기가 시작되면 사라진다. 또한 특정공포증은 동물, 자연환경, 혈액∙주사∙손상 등의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를 원인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대상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 불안의 유발이나 회피행동과 같은 증상이 발현된다. 마지막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충격적인 외상 사건의 경험 때문에 심리적 부적응 증상이 나타나는데, 해당 트라우마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을 마주하면 이를 회피하려는 증상이 발현된다. 반면 B군에 속한 질환들의 경우, 증상이 긴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현되어, 특별한 발현 환경이나 시기를 특정 짓기 어렵다. 예컨대 공황장애는 갑작스럽게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예기치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계속 일어난다. 또한 지속성 우울장애는 2년 간 우울감을 느꼈던 날이 느끼지 않았던 날보다 더 많은 질환으로, 우울한 기분이 장시간 지속된다. 마지막으로 범불안장애는 일상생활에서 과도하게 불안해하거나 걱정했던 경험이 있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은 질환으로, 이러한 불안감이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된다.
OO씨가 6개의 정신질환을 A군과 B군으로 분류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신질환을 분류하는 목적은 정신질환에 대한 구조
적 정보(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이나 다른 질환과의 차이점 등)를 얻어 각 질환의 특성이나 원인, 치료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예컨대 DSM-5의 경우, 월경전 불쾌감장애와 지속성우울장애를 우울장애의 범주에 포함시켰고, 이를 통해 타 우울장애에 효과적이었던 치료가 월경전 불쾌감장애에도 효과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징과 성격이 유사한 질환들끼리 같이 분류되도록 하였기 때문에, 정신질환의 분류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OO씨는 ‘증상의 발현 환경’만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불안∙공포∙침습∙우울∙회피 등 각 질환의 특징 및 성격이 잘 구별되지 않는다. 구조적 정보를 얻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는 여러 정신질환의 치료법 연구에도 차질을 빚게 만든다. 예컨대 월경전 불쾌감장애의 치료법을 찾는 데 DSM-5에 비해 훨씬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OO씨의 분류 기준은 각 질환의 특징과 성격을 잘 구별하지 못하고, 이는 정신질환 분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