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사: 우대형, ‘미곡 생산성의 장기 추이에 관한 재검토, 1660-1938’
이영훈은 과거 논문에서 ‘19세기 위기론’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양반가의 추수기를 분석해, 조선의 토지 생산성이 17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꾸준히 하락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산성이 20세기 초 이후 비로소 회복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반등의 원인으로 개항 및 일제의 개입을 꼽았었다. 우대형의 ‘미곡 생산성의 장기 추이에 관한 재검토’는 이러한 이영훈의 주장에 대한 반론 위주로 전개된다.
해당 논문은 이영훈의 패널 데이터 분석 방식부터 비판한다. 이영훈이 사용한 고정효과 모형은 실제보다 과장된 추계 결과를 산출하므로, 고정효과 모형 대신 합동 OLS 모형을 사용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합동 OLS 모형이 패널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에 동일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모형만 바꾸어 분석한 결과, 이영훈의 추계와는 달리 19세기 초를 저점으로 하는 완만한 U자형 추계가 도출되었다. 또한, 이영훈의 추계보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고 상승폭이 컸다. 저자는 ‘쌀값, 논 가격, 급재결수, 인구 등의 경제 지표와 더 잘 맞기 때문에’ 본인의 추계가 이영훈의 추계보다 우위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해당 논문은 이영훈의 ‘내부 모순에 의한 조선 왕조의 해체와 붕괴’ 주장 역시도 비판한다. 이영훈은 생산성 하락이 조선이라는 국가의 붕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 논문은 미곡생산성 장기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는다. 이상 기후로 인해 농업과 식량 생산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19세기 초의 생산성 위기는 이상 저온 현상에 의한 것이며, 소빙기가 종식됨에 따라 생산성이 회복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해당 논문처럼 특정 인물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태의 논문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굉장히 새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논문만 읽었을 때는 19세기 위기론이 여러 오류가 있는 이론처럼 느껴지는데, 19세기 위기론자들의 논문을 읽어보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