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잡다한 이야기

반려동물의 비물건화 – 취지는 좋아도 현실은 다르다

김복꾼 2024. 2. 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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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 ‘풍차 학대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견주가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쥐불놀이하듯 허공에 수십 차례 돌린 사건이다. 명백한 학대임에도 벌금 100만 원만 선고되어 공분을 샀었다. 반려동물 관련 범죄의 형량이 낮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논란이 반복됐었고 그때마다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가 논의의 중심에 놓였다.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가 그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상승이다. 비물건화 조항이 신설될 경우 해당 민법 조항을 근거로 생명 존중을 위한 법률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고, 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반려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 정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조항은 그저 선언적 문구이며 그러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낮다. 오히려 새로운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반려동물의 지위 상승이 당장은 상징적 의미가 강해도, 추가 논의와 입법의 물꼬를 틀음으로써 곧바로 실질적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음을 해외의 사례가 증명한다. 한국처럼 대륙법을 따르는 국가 중 동물을 생명체로 인정하는 곳은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프랑스뿐이다. 독일은 1990년 동물의 비물건화를 선언했으나 2002년 연방기본법 개정까지 추가적 변화가 없었고 오스트리아도 1988년 민법 개정 후 1996년까지 변화가 없었다. 두 나라에서 나타난 10년이라는 간격은, 지위 상승 조항이 신설되면 후속 입법 관련 논의는 한동안 잊혀짐을 시사한다. 스위스처럼 두 사안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프랑스처럼 후자를 먼저 논의하면 또 다르겠으나 한국은 전자만을 먼저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가시적 변화에 필요한 추가 입법은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다. 한국은 20, 30년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사상 동물 지위 규정 개정과 […] 제도 정비 검토는 별도라거나 형법은 동물을 재물로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은 (법무부) 민법 개정안의 […] 시도와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 등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이 부족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한 변화는 혼란만 가중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반려 목적의 개, 고양이 등 6종만 일컫는다. 만약 지위 상승이 이루어지면 같은 종임에도 기르는 목적에 따라 법적 지위가 달라질 것이다. 합리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나올 것이며 실험 동물이나 개고기 이슈에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려돼지, 반려뱀 등 특이 사례를 필두로 인정 종을 추가하라는 논쟁도 발생할 것이다. 이 소모적 논쟁들로 인해 정작 중요한 논의는 화제성을 잃고 묻힐 것이다. 수십 년 뒤 후속 입법이 이루어지려고 할 때마다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을 생명체로 인정하는 조항이 있어야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효과는 결국 형법이나 동물보호법 등을 개정함으로써 발생하므로, 관련법이 개정되도록 여론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정 반려동물을 위한다면 실효성 없고 혼란만 가중하는 선언적 조항에 매달릴 필요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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