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잡다한 이야기

A Tale of Mental Illness - Elyn Saks

김복꾼 2024. 1. 27.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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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yn Saks의 TED 강연, "A tale of mental illness"을 인상 깊게 보았다.

아래의 링크에서 강연을 다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6CILJA110Y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대전 고교 피습 사건, 그리고 태국의 총기 난사 사건. 최근에 일어난 세 사건에는, 조현병 환자가 범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업 시간에 조현병의 주요 특징과 원인, 치료 방법 등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현병을 편견 없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들을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무의식 중에조현병 환자들은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위험한 사람들이므로,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게 모두에게 좋겠다는 그릇된 편견을 강화하고 있었다. Elyn Saks의 강연 “A tale of mental illness”는 이러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강연자 Elyn Saks는 조현병을 진단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USC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평범한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조현병 환자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들도 나와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일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These people may be your spouse, your child, your neighbor, your friend, your coworker […]”라는 말이 와 닿았다. 조현병 환자들도 한 명의 사람일 뿐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내 주변에 이미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 질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수업 시간에 배웠던 정신 건강 리터러시가 왜 중요한 것인지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난 후에, 강연을 다시 시청하였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 조현병 환자들이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크게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적절한 치료와 주변의 도움으로 일상을 잘 보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너무 강하여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공개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때 특히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인상을 찌푸리고 짜증을 냈겠지만, 그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와 고통이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부정적인 시선을 조금만 받아도 위축되기 마련인데, 강연자를 비롯한 조현병 환자들은 그러한 시선을 평생 받아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들이 그간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둘째, 망상과 환각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망각과 환각의 경험에 대해 직접 들으니,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돌렸더니 칼을 든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거나, 내가 수천 명을 죽인 살인자라는 생각이 문뜩 든다고 하니, 정말로 깨어서도 악몽을 꾸는 것과 다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가족이나 지인들의 지지가 적절한 치료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연자는 자신이 조현병이 있음에도 강연을 하러 나올 수 있었던 이유로, 수십 년간의 꾸준한 치료,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 그리고 직장의 지지를 꼽는다. 의학적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안정감도 그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들은 정신병원에 가두어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잘못된 방식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강연 말미에서 조현병 환자(schizophrenics)는 없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people with schizophrenia)이 있을 뿐이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강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조현병 환자인 것에 집중하여 손가락질을 하기보다는, ‘조현병이라는 병에 집중하여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보다는, 그 사람들을 하나의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인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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