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10년 8월, ‘Oracle America, Inc.’(이하 ‘오라클’)와 ‘Google Inc.’(이하 ‘구글’)의 10년 소송 전쟁이 시작되었다. Java의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오라클이, 구글 안드로이드의 Java API 패키지 사용을 문제 삼으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반전의 반전이 이어진 ‘세기의 소송전’이었으나, 2021년 4월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면서 마무리되었다.
본 고찰은 해당 소송의 두 가지 쟁점 – Java API가 저작권 보호 대상인지, (Java API의 저작권이 인정될 경우) 구글 행위가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지 – 에 대해 정리하고, 소송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자 한다.
Ⅱ 소송의 주요 쟁점
소송의 첫 쟁점은 Java API 패키지의 ‘선언 코드’와 ‘SSO’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오라클은 Java 플랫폼이 코드, 문서, 설정, 라이브러리 등 ‘독창적인’ 자료들을 포함하므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이러한 Java API 패키지 37개에서 11,500줄의 Declaring Code(선언 코드) 및 패키지의 SSO(구조, 순서, 조직)를 무단으로 복제하였고, 기기 제조업자들과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에게 이러한 이차적 저작물의 사용, 복제, 배포를 장려하였으므로, 오라클의 저작물을 직간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부당한 이익을 얻었지만, 자신들은 배타적 권리의 침해 및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보았다. 반면 구글은 해당 코드들이 ‘순전히 기능적이고 비창조적’인 코드이며, 다른 방식으로 표현 및 작성이 불가능하기에, 저작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능적인 표현, 아이디어와 합체된 표현(합체의 원칙) 등은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1심 법원에서는 합체의 원칙이 적용되어 Java API 패키지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짧은 어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메소드와 클래스의 이름 역시 저작물성이 부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라클의 항소로 시작된 2심은, Java API 패키지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며 구글이 오라클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심 법원은 Java API 패키지가 창작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이며,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저작물성은 침해 시가 아닌 창작 시에 평가되는데, 해당 패키지 창작 당시에는 “줄을 선택 및 배열함에 있어 무제한적 옵션”이 있어 대체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어구의 길이 외 창작성도 고려 대상이므로, 1심 법원이 짧은 어구의 원칙을 잘못 적용했다고 보았다. 구글은 이에 불복해 상고허가를 신청했으나, 3심 연방대법원이 기각하며 Java API 패키지는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최종 인정되었다.
소송의 둘째 쟁점은 구글의 Java API 패키지 이용이 ‘공정 이용’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연방대법원의 기각으로 오라클의 저작권이 인정되면서, 구글의 행위가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를 쟁점으로 1심에서부터 다시 다투게 되었다. 공정 이용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일컫는데, ①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 ②저작물의 특성 ③이용된 부분의 양과 중요성 ④저작물의 잠재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 4가지 판단 요소를 고려한다.
오라클은 구글의 사례가 공정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Java API 패키지는 안드로이드와 Java 모두에서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므로, 변형적인 이용이 아니다.
②Java API 패키지는 개발자들의 창의성과 선택에 따른 결과물로, 이름∙체계 등 표현적 요소가 상당하다.
③구글은 11,500줄의 코드를 복제하였다. 이는 ‘최소한의 양’을 훨씬 넘긴 것이다.
④구글이 경쟁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에 Java API 패키지를 사용하였기에, Java의 수익 창출 능력이 손상됐다.
반면 구글은 공정 이용의 범위 내에서 Java API 패키지를 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구글은 모바일 기기를 위한 새 플랫폼을 만들었으므로, Java의 변형적인 이용으로 볼 수 있다.
②Java API 패키지는 기본적으로 기능적 성격이 강하다.
③복제한 선언 코드와 SSO는 저작물의 1% 미만이며, 타 프로그램과 호환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또한 Java API 패키지의 가장 창의적인 ‘구현 코드’는 복제하지 않았다.
④안드로이드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PC에 사용되는 Java와는 경쟁 대상이 아니다. 모바일 개발자들에게 Java 사용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Java의 접근성 확대에 기여했다.
1심 법원은 구글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며 공정 이용으로 판단했다.
①구글이 일부 패키지만 선택해 모바일 기기에 맞는 새 구현 코드를 작성하였으므로 변형적인 이용에 해당한다는 점, ②Java API 패키지는 저작권이 인정될 만큼 창조적이긴 하나 기능적인 사항이 지배적이라는 점,
③호환성을 위한 최소한의 부분만 복제했다는 점,
④Java는 PC를 위한 것이므로, 모바일 환경인 안드로이드가 원본 저작물 시장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오라클은 항소를 제기하였고, 2심은 상당히 다른 판단을 내렸다.
①구글이 새로운 의미나 표현을 형성하지 않고 기존의 Java와 동일한 목적과 기능으로 패키지를 사용했다는 점,
④초기 모바일 기기에서 Java SE가 사용되었음을 고려해 구글 안드로이드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피해였을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공정 이용이 아니라고 보았다.
②선언 코드와 SSO의 기능적 성격을 고려해 ‘공정 이용 인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거나
③구글이 복제한 코드가 (질적인 중요성은 간과될 수 없으나) 양적인 측면에서는 미미하다고 하는 등 일부 1심과 유사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으나, 종합적으로 구글이 고유의 API를 개발하거나 패키지의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패키지들을 복제했으므로 공정한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구글이 상고허가 신청을 하면서,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10년 공방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연방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4가지 요소 모두에서 구글의 공정 이용을 인정했다.
①안드로이드는 새 환경에서 사용될 혁신적인 도구를 제공하고자 필요한 부분만 이용하였다. 이는 저작권법의 목적인 창의적 발전에 부합하는 변형적인 이용이다.
②구글이 복제한 코드는 창의적 표현인 구현 코드가 아니라 선언 코드이다. 선언 코드는 아이디어와 불가분적으로, 공정 이용을 적용해도 사회 전반에서의 저작권 보호가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③구글이 이용한 부분은 저작물의 0.4%이며, 독립적으로 가치를 갖지도 않는다.
④Java API는 PC를 주 대상으로 하며, 모바일 시장에 진입해도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잠재적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Ⅲ 소송 결과에 대한 평가
다음으로, 소송 결과에 대한 각계의 평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소송 당사자인 오라클과 구글은 희비가 명확하게 엇갈렸다. 최종 승소한 구글은 “차세대 개발자들에게 법적 확실성을 줄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오라클은 “Java를 도둑맞았다”는 논지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각 업계 및 입장에 따라서도 희비가 갈렸다. IT 업계는 이번 판결을 ‘소프트웨어 개발과 혁신의 승리’로 보고 크게 환영하였다. 오라클이 승소했다면 코드 사용료나 코드 개발비에 추가적인 지출이 불가피해졌겠지만, 공정 이용의 중요성이 재확인되면서 현상 유지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외 매체들도 대부분 판결을 지지하였다. Forrester는 “개발사들이 저작권 괴물들의 소송을 피하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Time지는 “소프트웨어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고 평했지만, “무단 복제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영화∙출판∙음악 등 콘텐츠 업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소송 당시에도 구글의 ‘공정 이용’ 주장에 반대하는 변론서를 제출하였는데, 콘텐츠 업계는 지식재산권의 보장과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최종 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API의 공정 이용에 대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으나, 결국 API의 저작물성에 대한 판단이 유보되었고 공정 이용의 구체적/절대적 기준도 제시되지 않았기에, 향후 유사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혼란이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 구체적인 기준의 부재와 더불어 때때로 재판부의 성향이나 정치적인 판단도 개입될 수 있으므로, 개별 사례마다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주의해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복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IT 기업 경영진들은 소송 가능성을 유념에 두어 승소 가능성에 대한 파악 및 소송 비용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저작권법의 궁극적 목적인 ‘문화 및 산업의 발전’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해당 판결이 개발/라이선스 비용의 증가, 프로그램 간 호환성 감소, 연구인력의 비효율적 활용 등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부작용을 방지하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으나, 결국 구글은 Java의 일부를 무단으로 복제하였음에도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공정 이용을 이유로 원저작자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단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추후 유사한 분쟁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바, 구체적인 공정 이용의 판단 기준이 수립되어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며, 산업 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절충안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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