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월 고용률은 66.9%로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하였다. 전 연령계층에서 고용률이 상승한 가운데, 특히 15~29세의 청년층은 2.2%로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지표만 놓고 본다면 최근 고용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지표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임시직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만하다. 61만 9,000명의 취업자가 증가한 가운데, 임시근로자는 무려 30만 7,000명이 늘었다. 신규 취업자의 상당수는 임시직 ‘아르바이트’였던 것으로, 안정적인 직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약 62만 명의 신규 취업자 중 60세 이상 연령층은 45만 5,000명으로, 전체의 무려 73.5%라는 점도 중요하다. 취업자 증가 현상을 60세 이상 연령층이 이끌었다는 것이다. 물론 15~29세의 청년층에서 13만 9,000명이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나, 정작 생산성이 가장 높은 ‘핵심’ 연령층인 30•40대에서는 오히려 7만 5,000명이 감소하여 고용률 상승도 0.5%에 그쳤다는 사실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기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 5월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취업자 수가 39만 2,000명이나 감소하는 등 이례적인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정부 대책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재정을 투입하여 단기 일자리만 만들어내는 현재의 ‘임시방편형’ 대책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개별해고 절차상 난이도는 2020년 기준 OECD 37개국 중 5위이며 고용조정 관련 금전적 비용은 OECD 국가 중 2위이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에 54.1점을 주며, 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까운 35위라는 순위를 매겼다. 국내외 기관 모두 한국의 노동시장이 타 국가에 비해 경직되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기업이 고용과 임금뿐만 아니라 조직개편 등 내부 인력 운용조차 마음대로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으로, 기업이 신규채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실제 설문 조사 결과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매일경제의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이유 1•2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과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두 악재가 맞물려 무려 63.6%의 기업이 상반기 채용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자칫하면 ‘신규채용 기피 →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가계 소득 감소 → 투자와 소비 감소 → 경기침체 → 신규채용 기피’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해고 절차 및 고용 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인센티브를 제고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들은 이전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짐으로써 새로운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며,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 상태에서 구직자들의 취업 문도 넓어질 것이다. 고용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등 단점도 있겠으나, 실직자에 대한 직업훈련 지원을 강화하고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실직자들은 확대된 취업 기회를 바탕으로 금방 새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최저임금제로 인해 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높은 수준에 고정되어 있다. 이에 노동의 공급량은 LE에서 LS로 증가하는 반면, 노동의 수요량은 LE에서 LD로 감소한다. 따라서 (LS-LD)만큼 노동의 공급과잉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이 모형을 통해 최저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높게 책정되면 될수록 실업의 규모는 커지며, 과도히 높은 최저임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최저임금을 살펴보면, 2011년에는 4,320원이었지만 10년만인 2021년에는 8,720원까지 올라 100% 이상 상승한 상태이다. 최저임금이 균형임금에 비해 상당히 높게 책정되었고,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실업 역시 상당한 규모임을 추측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최저임금과 직접적 관련성이 적은 직종에도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전 직종의 임금이 상승하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노동비용 부담이 증가하여 고용을 줄일 것이다. 실제로 평균 시급이 1000원 증가하면 고용률은 0.45% 감소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간 정부는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을 통해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수박 겉핥기식 단기적 대책일 뿐이며,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임금 인상은 자제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결국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민간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고용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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